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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지냐 미꾸라지냐(8/1화)
적어도 가라지 삶만은
피할 수 있는 삶이라면
세상 나서 큰 후회 안 해도
되는 삶을 살았기에 행복
이것이 뭔지를 노래하리라
그럼 가라지가 뭐 어때서
라고 말할지 몰라도 들판
가라지 떼를 만나보면 글쎄
그때도 그 말이 나온다면
그 사람은 좀 아니지 않는가
자신이 좋아서 자신만 그냥
죽이든 말든 하고 산다면
누군들 말하지 않을 텐데
가라지들은 마구 이웃을 향해
못된 짓은 다 하고 떠나니
그걸 어떻게 뭐라 안 하겠나
그래도 가족이기에 저 화상
해 가면서 어쩔 수 없이 산다
그러나 친구만 해도 왜 내가
하며 그냥 돌아서면 그만이다
왜 그 사람 속에 핀 가라지꽃
더 이상은 그 꽃을 함께 못 봐
그냥 떠나고 마는 것이다
해서 같은 들녘에 마냥 기쁘게
살기를 원한다면 내 속에 있는
그 가라지의 뿌리를 걷어내면
친구뿐만 아니라 온갖 자연도
그대로 나를 향해 올 것이다
내가 세상 나서 세상 구하는
그런 일은 하지 못할지언정
손가락질받는 가라지가 돼
구천을 떠돌 필요는 없기에
그분은 오늘도 잘 가꿔진
밀밭을 향해 오라고 초대한다
그래도 저분 계시기에 살맛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에
열심히 정성을 다해 따라간다.
이인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