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내어주는 때(8/10목)

 

죽고 썩는 삶을 본다

세상은 온전한 순회

그것을 통해 자연의 신비

그리고 하느님의 신비의

심오함을 그대로 만난다

썩고 죽지 않은 것이 순환

이에 온전히 자신을 맡길까

그래서 그분도 온전히 자길

세상에 그대로 내주었다

땅에 떨어지는 씨앗을 본다

물과 햇빛과 영양분인 거름

그 안에서 온전히 자신을

몽땅 내어주는 희생을 본다

그러면 자신을 닮은 분신이

화려하게 단장하고 나타나

이것이 생명의 신비라고

하늘 향해 찬미와 감사를 

올리는 이 시간이 아름답다

지구는 신음하며 외친다

온전히 순환할 수 있도록

자신들을 묶어 놓지 말라고

자기들은 동맥경화를 풀려고

각종 약을 먹어가면서도

자신들이 살아가야 할 지구

이곳의 동맥경화와 가로막힘

이런 것들을 왜 방치하느냐고

저 거대한 바다의 포효와 외침 

바다의 뿌리로부터의 울림

그들도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때가 되어 썩어야 한다면

그땐 어쩔 수 없이 눈감지만

아직 그때가 아니라면 우리가

총력을 다해 희생할 때

그분은 다시 지구를 잘 돌려

푸른 싹을 수없이 솟게 하여

위기의 순간을 풀어 주시려나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내어줌이다. 

 

이인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