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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루신 분을 만난다(4/18금)
정말 착잡한 날이다
그분은 떠날 준비를 했다
아무리 준비를 했어도
뭔가 석연치 않음이 있다
누구나 세상을 떠난다는 것
그건 슬프고 고도의 고통이다
그래도 그는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갔고 십자가에 달렸다
그리고 한 마디 ‘다 이뤘다’
무엇을 이룬 것인가 궁금하다
자신은 십자가에 처절하게
죽어가는 그 시간을 보였지만
그 죽음의 길을 통해서 하나
가장 중요한 게 이뤄졌다
하늘의 문이 열린 것이다
누구를 위하여 이 고통을
손수 받은 것일까를 생각하며
십자가 앞에서 중얼 거린다
뭐가 아쉬워서 그렇게 당신을
스스로 몽땅 바치셨는가요
아버지가 그렇게 하시라던가요
예루살렘 전체가 통곡하는
그런 소리가 환희로 바뀌는
그런 묘한 신비를 느낀다
그땐 그 누구도 알지 못한
그 길을 그리도 용감하게 간
그분의 마음을 누가 알았는가
오히려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던 그들은 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단 몇몇이 그분을
수습하는 모습에서 억울하다
그래도 괜찮다고 하시는 분
해서 우리는 대단한 빚을
그분에게 영원히 지고 있다
지금도 우리의 죄를 위해서
이렇게 피 흘리고 계신 그분
우리의 죄를 용서하고 화해
그것의 끝이 뭔지를 보이신
그분 앞에 머리를 조아린다.
이인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