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다해서 섬겨라(4/17목)

 

때가 이른 걸 확인한 뒤

그분은 완전히 달라진다 

평소에 하시던 모습에서

180도 겸손해진 것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카리스마

그런 것으로부터의 이동

겸손의 극치를 이루신다

그리고 자신의 무릎을 꿇고

제자들을 향해 몸소 모범적인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대야와 주전자에 물을 받아

제자들의 발을 씻겨 나간다

심지어 자신을 배반할 인물

그의 발도 태연하게 씻긴다

모두 이게 무슨 일인가 하여

당황하는 게 역력하긴 하지만

그분의 기세가 너무 진지해

어느 누구도 나서지 못하는데

역시 수석인 베드로는 달랐다

안됩니다 제 발은 안 됩니다

그러자 그분은 정말 안 되냐

그럼 이제부터 너와 나는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네게 줄 몫도 없다

그러자 그러면 아예 몸 전체를

씻겨달라고 하는 베드로

그러자 이미 나를 따라다니면서

몸의 여기저기는 정화됐으니

오늘 더러워진 발만 닦으면

충분하다고 하시면서도 왈

그러나 누구나 다 그런 건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하신다

그러니 그분을 따르려면 진짜

지극정성 마음 다해 따르라신다 

해서 그분은 마지막 선물로

서로 겸손한 마음으로 살라는

그런 강한 메시지를 당신 스스로

제자들의 발을 씻김으로써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를 하라신다. 

이인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