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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열매를 맺는 이들(3/23일)
열매를 못 맺는 들판을 보며
언제 저들도 열매를 맺을까
그때 눈을 도시로 돌려 본다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이들
아직 열매 맺지 못하고 있어
각 개인의 집 공동체를 넘어
사회와 나라가 함께 고민이다
이천 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
그분의 오가던 마을을 본다
거기에도 허우대는 멀쩡한데
열매를 전혀 맺지 못하는
튼실한 무화과나무를 보며
그분의 눈이 매섭게 변한다
차라리 나무에 병이라도 나서
비실거리기라도 한다면
환자들을 고쳐주듯이 처방전
그것 이상도 해줄 수 있기에
자세히도 보신 모양이시다
아니 제는 저렇게 잎은 푸른데
어찌 열매를 맺지 못하느냐
그러시면서 정말 늘 저렇다면
땅만 차지해 썩히는 꼴이니
차라리 싹 자른 뒤 새 나무를
모골송연으로 확 달아오른 주인
주님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최선을 다해서 보살펴
물과 사랑과 거름을 충분히 줘서
내년 이 길을 지나실 때는
반드시 달콤한 열매를 맺도록 해
정말 주님을 기쁘게 하겠습니다
허니 딱 한 해만 말미를 주세요
역시 주인은 뭔가를 아는 분
해서 주님은 웃으면서 넘긴다
바로 이것이 제대로 된 사람
나도 지금 내 위치를 온전히 보라
나는 그분의 나라에서 열매를 맺는
그런 성실한 무화과나무인지를.
이인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