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를 잉태하는 하늘(3/25화)

 

두 여인을 바라본다

한쪽은 이제 시작하는 처녀

다른 쪽은 지는 해를 보는 분

근데 둘이는 동병상련이다 

이제 뭔가를 시작하는데

그 내용이 와 신비이다 

지는 해처럼 보이는 여인

엘리사벳은 정말 대박이다 

아니 어떻게 이 나이에 글쎄

대를 잇는 아이를 잉태하게

이건 하늘의 도우심 없이는

절대로 불가한 그런 일이다 

그러기에 의심을 했다가 

또 천사의 말을 헛소리라고

그러다가 한방 얻어터지고는

잠시 벙어리까지 되고 만다 

그런데 마리아는 어리지만

이해가 안 되는 상황 앞에서

그래도 천사의 이야기인지라

아주 깊게 그리고 곰곰이 

자신을 다 바쳐서 응답했다 

그래서일까 맘고생은 컸지만

천상 어머니의 은총을

그대로 입을 수 있었다

원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해서 우리는 뭔가 안 풀리거나

또 말도 안 되는 일들 앞에서

그저 불평에 화만 낸다면

거기엔 화병에 상처만 남는다

해서 우리는 두 여인의 삶

그 안에서 펼쳐지는 신비

그것이 무엇인지를 깊게 깨닫는

그런 삶이 꼭 필요한 것이다 

하늘은 엉뚱한 모습 안에서

시험 아닌 시험을 통해서

세상을 완전히 바꿔 놓으신다

그게 나에게도 올지 모르니

늘 깨어 사는 삶을 살아야겠다. 

이인주 신부